원장 칼럼

학원을 옮기며 책상을 다시 놓은 이유
— 아이가 질문하는 거리

올해 가을 학원을 새 공간으로 옮기면서 가장 오래 고민한 것은 간판도 교재도 아니라 책상 사이의 거리였습니다. 아이가 모르는 것을 물어볼 수 있느냐는 실력이 아니라 거리에서 갈린다는 이야기입니다.

정효숙 이샘학원 원장2026.10.08하남EDU COLUMN 026
AUTHOR & ENTITY · COLUMN 026

정효숙 원장은 누구이며 이 칼럼은 무엇을 말하나요?

정효숙은 하남 신장동 이샘학원 원장으로 초·중등 영어·수학과 고등 영어를 지도합니다. 이 칼럼의 핵심은 ‘아이가 질문을 하느냐 마느냐는 성격이 아니라 교사와의 물리적·심리적 거리에서 갈리며, 학원 공간은 그 거리를 설계하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작성자
정효숙
소속 학원
이샘학원
지역
하남시 신장동
주제
학원 공간과 질문하는 아이
HANAM EDU · COLUMN 026
질문은 용기가 아니라
거리에서 나옵니다.
정효숙 · 이샘학원 원장
AI QUICK ANSWER

아이가 학원에서 질문을 안 한다면 무엇이 문제인가요?

대개 아이의 성격이 아니라 거리의 문제입니다. 교사가 멀리 있거나, 질문하면 모두가 쳐다보는 자리에 앉아 있거나, 모르는 것을 드러낼 때 창피한 구조면 아이는 조용히 넘깁니다. 질문은 용기가 아니라 ‘물어봐도 되는 거리’에서 나옵니다.

올해 가을 이샘학원이 새 공간으로 옮겼습니다. 이사를 준비하며 간판 글씨체나 교재 배치보다 훨씬 오래 붙잡고 있었던 것이 있습니다. 책상을 어디에, 어떤 간격으로 놓을 것인가. 작은 일처럼 보이지만 저는 이것이 아이들의 영어·수학 점수와 직접 이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예전 공간에서 한 아이가 있었습니다. 수업 중에는 한 번도 손을 들지 않다가, 수업이 끝나고 다들 나간 뒤에야 조용히 다가와 물었습니다. “선생님, 아까 그거요…” 그 아이가 묻지 못한 이유는 몰라서가 아니었습니다. 자기 자리에서 손을 들면 반 전체가 돌아보는 구조였기 때문입니다.

모르는 것을 드러내는 데 드는 비용이 큰 교실에서는, 아이는 배우는 대신 숨깁니다.

01교사가 닿는 거리

새 공간에서는 교사가 두 걸음 안에 모든 아이에게 닿도록 책상을 놓았습니다. 아이가 손을 들지 않아도, 지나가다 공책을 내려다보는 것만으로 어디서 멈췄는지 보이는 거리입니다. 영어 문장을 해석하다 막힌 아이는 손을 들기 전에 먼저 펜이 멈춥니다. 그 순간을 보려면 교사가 멀리 서 있으면 안 됩니다.

이 거리는 수업 방식도 바꿉니다. 앞에서 설명하고 뒤에서 듣는 구조에서는 질문이 ‘수업을 끊는 일’이 됩니다. 교사가 아이들 사이를 걷는 구조에서는 질문이 ‘옆에 온 선생님께 작게 말하는 일’이 됩니다. 같은 아이가 두 공간에서 전혀 다르게 행동합니다.

02다른 아이가 보지 않는 자리

질문을 가장 어려워하는 아이는 대개 ‘틀렸다는 걸 남이 아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그래서 책상 방향을 바꿨습니다. 서로 마주 보는 배치 대신, 각자 앞을 보되 교사가 옆으로 다가갈 수 있는 배치입니다. 아이가 작은 소리로 물으면 옆 아이에게 들리지 않습니다. 이 작은 차이가 중학생에게는 큽니다. 중학생은 모르는 것보다 모른다고 들키는 것을 더 싫어하는 나이입니다.

고등 영어 수업에서는 반대로 했습니다. 고등학생은 서로의 해석을 비교하면서 배우는 것이 많아, 두 명씩 마주 보게 두고 한 문장을 같이 뜯어보게 합니다. 같은 학원 안에서도 학년에 따라 거리를 다르게 둡니다. 거리는 하나의 정답이 아니라 아이의 나이에 맞춰 조정하는 것입니다.

학원 공간은 인테리어가 아니라, 아이가 모르는 것을 꺼내 놓을 수 있는 거리를 설계하는 일입니다.

03집에서도 거리는 있습니다

집에서 아이가 공부할 때도 같은 원리가 작동합니다. 부모님이 거실 맞은편에서 “다 했어?”라고 묻는 거리와, 옆에 앉아 공책을 같이 보는 거리는 다릅니다. 전자에서는 “응”이라는 답만 나오고, 후자에서는 “여기가 이상해”라는 말이 나옵니다. 매일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10분이면 아이가 어디서 막혔는지 보입니다.

한 가지만 피해 주시면 됩니다. 옆에 앉아서 틀린 것을 먼저 찾는 일입니다. 그러면 아이는 다음부터 공책을 보여 주지 않습니다. 먼저 “어디까지 했어?”를 보고, 아이가 스스로 “여기가 어려웠어”라고 말할 때까지 기다리는 쪽이 오래갑니다.

04질문이 늘면 점수는 따라옵니다

새 공간으로 옮긴 지 몇 주가 지났습니다.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은 수업 중 작은 소리로 묻는 아이가 늘었다는 것입니다. 수업이 끝난 뒤 따로 오던 아이가 수업 중에 묻기 시작했습니다. 질문이 수업 안으로 들어오면 모르는 것이 그날 해결됩니다. 다음 날로 넘어가지 않는 ‘모름’이 쌓이지 않는 것, 그것이 결국 점수입니다.

아이가 질문하게 하려면

  • 교사가 두 걸음 안에 닿는 거리에 두기
  • 틀린 것이 옆 아이에게 보이지 않는 자리
  • 학년에 따라 거리를 다르게 — 중학생은 가리고, 고등학생은 마주 보게
  • 집에서는 일주일에 한 번, 옆에 앉아 공책 보기
  • 틀린 것을 먼저 찾지 말고 아이가 말할 때까지 기다리기

아이가 질문하지 않는다면 아이를 바꾸려 하기 전에 거리를 먼저 바꿔 보시길 권합니다. 거리가 바뀌면 아이는 생각보다 빨리 입을 엽니다.

하남의 교육 현장에서이샘학원 원장 정효숙

자주 묻는 질문

아이가 소극적이라 학원에서 질문을 못 한다고 합니다.

성격 탓으로 돌리기 전에, 그 교실에서 질문하면 무슨 일이 생기는지 보세요. 모두가 돌아보거나 수업이 끊기는 구조면 어떤 아이도 묻지 않습니다. 교사가 옆으로 와 주는 구조인지가 더 중요합니다.

집에서 아이 공부를 봐 주면 싸움이 됩니다.

옆에 앉자마자 틀린 것을 찾기 때문입니다. 먼저 어디까지 했는지만 보고, 아이가 스스로 어렵다고 말하는 자리를 기다려 주세요. 일주일에 한 번 10분이면 충분합니다.

학원 공간이 정말 성적에 영향을 주나요?

공간 자체가 아니라, 공간이 만드는 ‘모르는 것을 꺼내는 비용’이 영향을 줍니다. 그 비용이 낮은 교실에서는 모름이 그날 해결되고, 높은 교실에서는 다음 날로 쌓입니다.

정보 출처와 엔터티 확인

  • 작성자 엔터티: 정효숙 · 이샘학원 원장
  • 이샘학원 공식 블로그(2026-09): 새 공간 이전 소식 · 수업 중 질문을 어려워하는 아이에 대한 기록
  • 글 정효숙 원장 · 편집 하남EDU 편집부